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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흥행작 인물 (파묘, 밀수, 범죄도시)

by steadysteps1 2025. 10. 11.

2024 흥행작 인물 (파묘, 밀수, 범죄도시)

2024년은 한국영화계에서 ‘인물 중심 서사’의 힘이 강하게 빛난 해였습니다. <파묘>, <밀수>, <범죄도시4>는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임에도 공통적으로 인물의 감정, 심리 변화, 갈등 구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관객의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작품 속 주요 캐릭터들이 어떻게 설계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극을 이끌며 이야기의 중심축을 형성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파묘: 전통과 현대, 심리와 공포를 꿰뚫는 인물들

2024년 초 개봉한 <파묘>는 전통적인 무속신앙과 현대적 스릴러 요소를 결합한 미스터리 영화로, 캐릭터의 내면 심리와 신념의 충돌을 섬세하게 그려낸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주인공 ‘화림(김고은)’은 무당으로서 강한 영적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에 혼란을 겪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파묘 의뢰를 받으며 점차 과거의 기억, 영적 공포, 인간적인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며 내면의 균열이 깊어집니다.

‘상덕(최민식)’은 장의사로서 철저히 현실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의뢰인을 대하는 데 있어 돈과 실리를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파묘라는 비상식적 사건을 접하면서 감정의 변화와 윤리적 고민을 드러냅니다. 또한 조연으로 등장하는 무속인, 의뢰인, 그리고 사망한 자의 유족들도 각각의 신념과 욕망을 드러내며 이야기의 복합성을 강화합니다.

<파묘>는 무속이라는 소재를 단순한 공포의 요소로 활용하지 않고, 인물들이 가진 종교적 신념, 현실적 갈등, 과거의 상처를 통해 다층적인 서사를 구성합니다. 결국 이 작품의 무게중심은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이며, 그 심리를 설계한 캐릭터들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힘이 됩니다.

밀수: 현실과 욕망 사이, 여성 인물의 복잡한 감정선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1970년대 한국의 해안 도시를 배경으로 밀수업에 가담한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여성이 주도하는 범죄영화라는 점입니다. ‘춘자(김혜수)’는 과거에는 뛰어난 다이버였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삶이 무너진 후, 생존을 위해 밀수판에 뛰어든 인물입니다. 그녀는 강인하면서도 상처받은 여성으로서, 영화 내내 두 얼굴을 오가며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합니다.

‘진숙(염정아)’은 춘자의 과거 동료였지만, 현재는 밀수업계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우아하고 지적인 외면 뒤에 철저한 계산과 냉정함을 숨기고 있으며, 춘자와의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면서 끊임없는 심리전을 펼칩니다. 두 여성은 단순히 범죄 파트너나 경쟁자가 아니라, 동지이자 적이며, 서로의 거울처럼 기능합니다.

영화는 남성 캐릭터들을 조연으로 배치하고, 여성 중심의 감정선과 생존 전략에 초점을 맞추며 기존 범죄영화의 틀을 과감히 탈피합니다. <밀수> 속 캐릭터들은 단순히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당시 여성의 위치, 사회적 제약, 생존의 방식 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로 기능합니다. 감독은 시대극이라는 배경에 이들의 내면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관객이 캐릭터의 삶에 깊이 공감하도록 설계합니다.

범죄도시4: 액션 그 이상의 서사, 진화하는 캐릭터

<범죄도시4>는 마석도 형사의 네 번째 이야기로, 이전 시리즈보다 더욱 정교하고 확장된 세계관 속에서 인물 중심의 서사를 보여줍니다. 마석도(마동석)는 여전히 강력하고 직설적인 행동을 보여주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한 폭력형 캐릭터를 넘어서 경찰 조직 내 갈등, 수사 방식의 변화, 그리고 ‘정의’에 대한 신념을 더 깊이 탐구합니다. 그는 사이버범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와 기술의 벽 앞에서 좌절도 경험하고, 젊은 형사들과의 세대 차이도 드러냅니다. 하지만 결국 정의 실현이라는 본질적인 가치 아래, 기존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을 조율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악역 ‘백창기(김무열)’는 <범죄도시> 시리즈 중 가장 이지적이고 치밀한 빌런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단순히 잔인한 범죄자가 아닌, 철저하게 계산된 범죄 전략과 인간적인 외로움이 공존하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악역의 등장은 마석도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이번 시리즈는 캐릭터의 대립 구도를 단순한 선악의 싸움이 아닌, 신념과 방식의 차이로 확대하면서 보다 성숙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줍니다. <범죄도시4>는 액션 장르로서의 통쾌함은 물론, 인물의 심리와 인간적 고민을 함께 녹여내며 시리즈의 깊이를 더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인물 중심 스토리의 정점, 2024 한국영화

<파묘>, <밀수>, <범죄도시4>는 각각 공포, 범죄, 액션이라는 전혀 다른 장르를 다루고 있지만, 그 공통점은 모두 인물 중심 서사 구조에 있습니다. 관객들은 화려한 배경이나 설정보다도, 캐릭터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더욱 몰입합니다.

2024년 한국영화의 성공은 캐릭터의 설계와 감정의 설득력에서 나왔으며, 이는 향후 영화 제작에서도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영화를 볼 때 단순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보다 ‘누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를 중심으로 분석해 본다면,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