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즉 Z세대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빠르게 콘텐츠 소비를 주도하는 중요한 시청자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OTT 플랫폼과 SNS를 중심으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이들은 자신들과 밀접한 경험, 감정, 유행을 반영한 장르에 강한 몰입을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중고생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드라마 장르인 학교물, 웹툰 원작 드라마, 성장물을 중심으로 특징과 인기 요인을 살펴봅니다.
1. 학교물 – 현실 공감 + 판타지의 교차점
학교물은 중고생들이 직접 겪고 있는 공간과 상황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몰입도가 매우 높습니다. 동시에 현실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로맨스를 다루기도 해 일종의 ‘현실 기반 판타지’로 작용합니다. 이 장르는 교우 관계, 첫사랑, 교사와의 갈등, 따돌림, 성적 고민 등 10대만의 문제를 진지하게 혹은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후아유 - 학교 2015>, <학교 2021>, <에이틴>, <우월한 하루>, <러브올플레이>, <일진에게 찍혔을 때> 등이 있습니다. 특히 <에이틴>은 웹드라마 형태로 제작되어 유튜브, 네이버TV 등을 통해 폭넓은 접근성을 확보하며 10대 시청자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학교물의 장점은 바로 이 같은 **현실성+감정 몰입의 결합**입니다.
또한 최근의 학교물은 단순한 연애 이야기에서 벗어나, 학폭 문제, 젠더 갈등, 가정 환경 등의 민감한 이슈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중고생 시청자에게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며,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짧은 회차, 빠른 전개, 클립 위주의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도 Z세대의 시청 방식에 부합합니다.
2. 웹툰 원작 – 친숙함과 확장성의 만남
웹툰 원작 드라마는 이미 콘텐츠로 익숙한 세계관과 캐릭터가 드라마로 구현되며 Z세대에게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합니다. 중고생들은 이미 웹툰 플랫폼을 통해 인기 있는 원작에 대한 사전 이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드라마화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시청하게 됩니다. 이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감상하는 재미'를 제공하며, 원작과의 비교, 캐릭터 해석 등 부가적인 즐거움을 동반합니다.
대표작으로는 <이태원 클라쓰>, <여신강림>, <지금 우리 학교는>, <유미의 세포들>, <내일>, <나는 트로트가 싫어요> 등이 있으며, 특히 <여신강림>은 외모 콤플렉스, SNS 문화, 고등학생들의 로맨스를 가볍지만 진정성 있게 풀어내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10대들의 우정, 공포, 생존 본능을 그리며 글로벌 인기를 얻은 사례입니다.
웹툰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은 ‘캐릭터 중심의 서사’입니다. 원작에서 사랑받은 주인공들의 성격, 대사, 관계가 그대로 혹은 더 매력적으로 재해석되어 드라마 팬덤을 빠르게 형성합니다. 또한 SNS에서 “원작 vs 드라마”, “캐스팅 찰떡”, “OST 플레이리스트” 등 콘텐츠가 확산되며 2차 창작과 팬 콘텐츠가 활발히 생성됩니다. 이는 중고생의 디지털 소비 성향과도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포인트입니다.
3. 성장물 – 감정의 거울, 자아를 투영하는 장르
성장물은 중고생들에게 단순한 스토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 장르는 인물들이 실수하고, 깨닫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 자신의 감정과 고민을 반영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중고생은 자아 정체성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드라마 속 인물의 심리와 변화를 따라가며 '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큽니다.
대표작으로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청춘기록>, <나의 해방일지>, <열여덟의 순간>, <청춘시대>, <디어엠> 등이 있으며, 특히 <열여덟의 순간>은 학업과 진로, 부모와의 관계, 친구와의 갈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어 많은 10대 시청자들에게 진한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장르의 강점은 속도감보다는 감정선의 밀도입니다.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이 중심이 되며,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지금 내가 겪는 감정은 정상인가"와 같은 고민을 던지게 만듭니다. 드라마를 통해 울고 웃으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성장물은 시험, 입시, 연애, 친구 관계 등 다양한 소재를 담을 수 있어 Z세대의 일상과 정서에 가장 가까운 장르로 평가됩니다.
중고생이 사랑하는 드라마는 단순한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학교물은 현실 공감을, 웹툰 원작은 친숙한 몰입을, 성장물은 정서적 위로를 제공합니다. 이들은 드라마를 통해 자신을 비추고, 공감하고, 더 나아가 세상과 연결되는 감정적 통로를 만들어갑니다. 콘텐츠 제작자 역시 이들의 감성, 속도, 몰입 방식에 맞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드라마의 젊은 팬층 확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