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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작가가 말하는 추리 (서술기법, 떡밥활용, 반전구조)

by steadysteps1 2025. 11. 15.

전문작가가 말하는 추리 (서술기법, 떡밥활용, 반전구조)

추리소설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작가와 독자 간의 치밀한 심리 게임이자 설계된 독서 경험이다. 특히 전문 추리작가들은 독자의 예상을 비트는 반전과, 흩어진 단서를 통해 독자를 사건의 흐름 속으로 이끄는 데 능하다. 그 중심에는 치밀한 서술기법, 세심한 떡밥 활용, 그리고 완성도 높은 반전 구조가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추리소설을 쓰는 전문작가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설계하고, 서술을 통해 독자를 조종하며, 효과적인 반전을 만들어내는지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서술기법: 독자의 시선을 유도하는 기술

추리소설의 서술은 단순한 설명을 넘어서, 독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거나 오도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전문 작가들은 이 서술의 방향성을 통해 독자가 무엇을 의심하고, 무엇을 간과하게 만들지 설계한다. 대표적인 기법 중 하나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다. 이는 이야기의 주체가 모든 정보를 정직하게 전달하지 않거나, 일부를 왜곡해서 서술하게 함으로써 독자는 진실과 거짓 사이를 끊임없이 의심하게 된다. 박하민 작가의 일부 단편에서는 화자의 내면적 갈등이나 편견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게 만들며, 독자는 마지막 반전에서야 그 왜곡된 관점을 인지하게 된다.

또한 시점의 선택은 추리 서사에서 매우 중요하다. 1인칭 시점은 독자의 몰입을 높이지만 정보의 제한성을 동반하고, 3인칭 시점은 다양한 관점을 통해 사건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정명섭 작가는 복수 시점을 활용해 동일한 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선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이야기의 신빙성과 의외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능하다. 시점의 전환과 시간의 배치는 독자가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며, 서사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반전으로 이끈다.

결정적으로 서술기법은 독자와 작가 사이의 심리전이다. 어떤 정보를 강조할 것인가, 어떤 정보를 숨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마다 작가는 독자의 예상과 해석을 조절하며, 이는 결국 독서의 재미와 직결된다. 좋은 추리작가는 서술을 통해 독자가 추리하는 과정을 즐기게 만든다.

떡밥 활용: 정보의 분산과 회수의 예술

추리소설에서 떡밥이란 이야기 속에 흩뿌려진 단서와 복선이다. 전문 작가들은 이 정보를 마치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지만, 독자는 마지막에 이 모든 조각이 맞춰지며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떡밥 활용의 핵심은 자연스러움과 회수의 정확성이다. 눈에 띄게 중요한 정보는 오히려 의심을 사고, 사소해 보이는 정보가 결정적 역할을 하며 반전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김언수의 작품에서는 초반에 등장한 일상적인 대사 한 줄이나 인물의 작은 습관이 후반부 결정적 단서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작가가 모든 요소를 통제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독자는 뒤로 갈수록 앞부분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독서의 반전 구조를 경험하게 된다. 떡밥은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작가들은 독자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리듬과 자연스러운 배치를 통해 단서를 숨겨둔다.

또한 장면 전환, 대화 속 문장, 배경 묘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떡밥은 전달된다. 특히 요즘 젊은 작가들은 웹소설이나 연재 소설의 구조에 맞춰 챕터마다 미묘한 단서를 심고, 다음 화에서 그 단서의 의미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독자의 이탈을 방지하고 있다. 이는 독서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떡밥 활용의 진가는 마지막 순간에 발휘된다. 단서가 자연스럽게 회수될 때 독자는 이야기 전체를 다시 보게 되며, 이 과정에서 작가의 설계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처럼 떡밥은 추리소설의 ‘숨겨진 중심’으로 기능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다.

반전 구조: 독자의 예상을 깨는 설계

반전은 추리소설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요소다. 그러나 단순히 ‘놀라움’을 위한 반전은 일회성에 그칠 수 있고, 오히려 전체 이야기의 개연성을 해칠 수도 있다. 전문 작가들은 반전을 단순한 놀람 포인트가 아닌, 서사의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지점으로 설계한다. 독자는 그 반전이 충격적이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네’라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도훈 작가는 언뜻 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심리적 반전을 심어놓는 데 능하다. 등장인물의 동기나 과거가 마지막에 밝혀지며, 독자가 지금까지 믿고 따라왔던 전제가 뒤집히는 방식이다. 이러한 반전은 독자의 해석을 재구성하게 만들며,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강한 동력이 된다. 특히 시간의 배열을 비선형으로 구성하거나, 인물 간의 관계를 숨기는 방식은 대표적인 반전 설계 기법이다.

또한 반전은 단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반복적 반전을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가 범인인 줄 알았으나 B가 진범이고, 알고 보니 둘 다 조작당한 피해자였다는 식의 다단 반전 구조는 독자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구조는 작가에게 더 많은 복선과 연결고리를 요구하지만, 성공적으로 작동할 경우 독서 경험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반전은 독자의 기대를 꺾는 것이 아니라, 그 기대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끄는 장치다. 독자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이야기를 따라갔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모든 것이 연결되는 그 순간. 그 짜릿함이야말로 추리소설만의 독특한 매력이며, 그것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전문 작가의 솜씨다.

추리소설은 이야기 자체만큼이나 그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장르다. 전문 작가들은 서술기법으로 독자의 시선을 조작하고, 떡밥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확장하며, 반전을 통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 세 가지 요소는 단독으로 기능하기보다는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추리소설을 단순한 읽을거리에서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좋은 추리소설은 결말을 아는 순간 다시 처음부터 읽고 싶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진짜 설계된 독서의 묘미다.